국제 행사 PR은 다르다.

국내 기자 대상 보도자료와 달리, 글로벌 무대에서는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의 답이 완전히 달라진다. 2025년 10월, APEC CEO Summit 경주 현장에서 그것을 실감했다.

왜 APEC인가

APEC CEO Summit은 아시아·태평양 21개 회원국의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모이는 자리다. 정상회의 기간에 열리는 비즈니스 행사라 참석자의 밀도가 다르다. 에너지 기업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단, 조건이 있었다. 기본 언어는 영어. 공간은 4×4m. 방문자는 짧은 시간 안에 부스를 지나친다.

"Energy for Sustainable Life"

컨셉을 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APEC 2025 공식 테마 "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와 연계하면서도, 에너지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이야기를 담아야 했다.

결국 "Energy for Sustainable Life"로 정했다. 에너지는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메시지. 정유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숨기는 게 아니라, 그 정체성에서 시작해 미래로 확장하는 방향이었다.

스토리는 3개 축으로 구성했다.

  • BX(기존사업 혁신): 수십 년 정유 기술을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 DAX(디지털·AI전환): AI 팩토리, 공정 최적화, 자율 제조
  • GX(저탄소 신사업): CCUS, 수소, SAF, 무탄소 스팀

전통 에너지에서 미래 에너지로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구조였다.

공간의 언어

4×4m 공간에서 임팩트를 내려면 공간 자체가 콘텐츠여야 했다. 대형 LED 파사드로 입장자의 시선을 먼저 잡고, 내부 3면 LED로 세 가지 테마 영상을 순환시켰다. 비콘 디바이스를 통해 방문자가 관심 있는 섹션의 영상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도슨트는 한 명이었다. 5주간 준비 과정에서 도슨트 교육에 공을 들인 이유다. 글로벌 참석자와 영어로 대화하면서 에너지 전환의 핵심을 3분 안에 전달할 수 있어야 했다.

온라인 전시관의 역할

오프라인 부스는 3일이고 4×4m다. 물리적 한계가 명확하다.

그래서 온라인 전시관을 병행했다. 부스에 오지 못한 글로벌 참석자들이 링크로 접근할 수 있도록. 부스 콘텐츠를 디지털로 단순히 옮기는 게 아니라, 회사의 역사 타임라인부터 세 가지 전환 비전까지 웹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따로 설계했다.

글로벌 PR에서 다른 한 가지

국내 PR과 가장 다른 점은 맥락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기자에게 보내는 보도자료는 업계 배경지식을 어느 정도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각국에서 온 비즈니스 리더들에게는 회사의 이름 자체가 낯설다. 회사의 역사, 한국 에너지 산업에서의 위치, 세계 4위 단일 정유 공장의 의미를 처음부터 설명해야 한다.

이 작업이 결국 가장 기본적인 PR 훈련이었다. 내 회사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3분 안에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

배운 것

글로벌 무대에서 에너지 기업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기술이나 사업 성과를 나열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왜 중요한가"를 사람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에너지가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든다는 메시지. 그것이 APEC CEO Summit 부스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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