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서 PR로: 같은 언어, 다른 관점
언론사 기자 생활 후 PR로 전환한 경험. 두 직업이 언어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 그리고 그 경계에서 발견한 것.
기자와 PR 담당자는 같은 언어를 쓰지만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기자는 "무엇이 진실인가"를 묻고, PR은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차이가 처음에는 불편했다.
전환의 계기
12년 동안 취재 현장에 있으면서 기업 PR 담당자를 수없이 만났다. 좋은 PR 담당자는 달랐다. 기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기자가 필요한 것을 먼저 제공했다.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기자의 언어로 말했다.
그게 가능한 사람은 저널리즘을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은 수비적, 방어적인 경우가 많았지만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이기에 때로는 의기투합하기도 하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환 후 발견
기자 출신 PR의 강점은 역지사지다. 기자의 관점에서 "이 보도자료가 쓸 만한가"를 판단할 수 있다. 어떤 각도가 기사가 되는지, 어떤 수치가 설득력 있는지, 어떤 표현이 인용될 만한지.
어떤 부분이 현재 시점에 필요한지, 지금 정도면 어떤 발제를 해야할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 기자가 급하다고 요청할 때, 그게 진짜 급한지 아닌지도 어느정도 판단이 되고, 이건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촉도 생긴다.
약점도 있다. 기자는 단독 작업이 기본인데, PR은 이해관계자 조율이 핵심이다. 내부 승인 프로세스, 임원 소통, 팀 운영. 이건 취재와 다른 근육이 필요했다. 언론이 중요하지만 언론만 신경쓸 수 없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실행하는 실행력도 필요하다.
결국 같은 것
기자든 PR이든 지나고 돌아보면 중심에 있는 핵심은 같다. 복잡한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는 것.
도구와 방향이 다를 뿐이다.
여전히 우리는 누구는 갑이고, 누구는 을이라며 자조하지만 설득하는 일, 공감을 얻는 일,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건 똑같다.
업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지만, 업을 이해하는 것은 조금만 자리를 벗어나 상황을 살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 그게 지금 해야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