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길복순, 남행선 사장과 존윅 사이.... 4가지 생각들
집에 아이가 있다보니 편하게 청불 영화를 보기도 어렵다. 예전에 아이가 잠들기 전에 오징어게임을 봤다가...
넷플릭스 길복순, 남행선 사장과 존윅 사이.... 4가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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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복순
감독
변성현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
개봉
미개봉
길복순
장르 : 액션
러닝타임 : 137분
공개 : 3월 31일
감독 : 변성현 (불한당, 킹메이커 감독)
주연 : 전도연, 설경구, 이솜, 구교환, 김시아
제작비 : 150억


간략 스토리 요약
길복순의 줄거리는 전설적인 킬러이자 10대 딸 재영 (김시아)을 키우는 싱글맘 길복순(전도연)이 자신이 몸담은 청부살인업체(MK엔터)와 재계약을 앞두고 회사와 피할 수 없는 싸움을 벌이는 스토리다. MK엔터 대표인 차민규(설경구)와 길복순의 인연, MK엔터의 성장을 만둔 규칙과 그리고 아마추어 킬러들과 전문 킬러 집단과의 차이를 두기 위해 자신이 규칙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규칙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그 규칙을 이행하지 못한 킬러는 회사에서 직접 제거하게 된다. 길복순은 유력한 총리 후보의 아들을 자살로 위장해 죽이라는 임무를 받았는데 그걸 의뢰한 사람은 본인이 총리가 되는데 아들이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했던 아버지였다. 그걸 안 복순은 모성애로 임무를 실행하지 않고, 평소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차민규의 여동생 차민희(차 이사)가 다른 킬러들에게 그녀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복순은 그녀를 죽이러 온 다른 킬러들을 처리하고, 차 이사 역시 죽입니다.
길복순은차민규에게 피가 묻은 칼을 보내면서 (피 묻은 칼 = 1:1 싸움 요청) 그에게 도전장을 던집니다. 스승이나 다름없던 차민규와 생사를 걸고 결투를 벌이게 된 길복순... (중략)
*스토리 요약은 간만에 Chat GPT를 사용했습니다. 생각보다 부드럽지만 좀 길고 스포일러가 강해서 좀 줄였습니다.
개인적 영화 후기

길복순은 특별 출연한 황정민(오다 신이치로)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길복순은 호텔 종업원 복장을 하고 이마트에서 3만원 주고 산 도끼를 들고 서 있다. 상대방은 일본 에도시대 장인이 만든 명검을 들고 선 야쿠자(오다 신이치로). 두사람은 대련 연습을 하듯 대화를 한다. 이제 중학생이 된 딸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내용이다. 한참을 싸우다가 길복순이 밀리자, 장비를 좀 바꾸겠다고 하고선 총으로 그를 쏴서 죽인다.(킬러가 정정당당하게 싸울 필요는 당연히 없다.) 길복순은 말한다. 마트 문닫을 시간이 다되서 이제 정리해야 한다고.

조금은 과장된 듯한, 웹툰의 한장면을 보는 듯한 씬으로 시작되는 킬복순은 생각보다 욕심 많은 영화다. 조직화된 회사형태의 청부살인 회사라는 배경 속에 No.1 킬러 싱글맘이라는 설정까지는 신선하다. 하지만 정치권의 부조리, 대학입시비리, 학교폭력, 레즈비언 같은 자극적이면서 부거운 소재들을 모두 끌고와 우겨넣으며 설정의 참신함과 미장센의 우아함이 보여주는 경쾌함이 죽었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에서 보여준 엣지와 <킹메이커>에서 보여준 과도함 사이 어디엔가 자리잡고자 했겠지만, 각각의 소재가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리지 못하고 커다란 쇠공들이 한 통안에서 서로 부딪히는 듯한 불편함만 남겼다. 세상이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는 건, 많은 스토리텔러들이 동의하는 부분이지만 모든 모순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 관객은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헷깔린다. 미묘하고 세련된 포스터와 킬복순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비해 보고 난 후 전반적으로 스토리적 아쉬움이 남는 영화.
길복순을 보고 든 4가지 생각.
1.직업으로서의 살인 - 킬러란 무엇인가?
영화를 본 후 던지는 첫번째 질문. '직업으로서의 살인'이다. 흔히 동양에서 좀 더 정확히 무협지에서는 직업으로서 살(殺)을 행하는 자를 살수(殺手)라 부른다. 서양에서는 암살자(assassin)이라 부르는 존재.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지만 일본의 닌자와도 결이 닿아 있다.
이들의 특징은 청부살인을 행한다는 점이다. 의뢰인의 의뢰를 받고 목표물을 정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물을 제거한다. 대부분의 경우 대가로 금전이 주어지고 난이도에 따라 비용은 올라간다. 돈을 매개로 의뢰-피의뢰가 이뤄지는 관계, 일종의 비즈니스다.
비즈니스가 발생하는 곳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집단이 생긴다. 살수도 하나의 문파를 이루기도 하고 독자적으로 세력을 이루기도 한다. 흔히 그 안에서 문주를 필두로 가장 실력있는 살수부터 랭크(Rank)가 매겨지는데, 보통은 특급살수 혹은 일살(一殺)이라 부르는 최고 에이스가 있다. 길복순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살수 집단의 일살이다.

최고의 킬러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가장 잘 죽이는 자다. 변호사의 승소율처럼 임무의 실패없이 어떤 타겟, 어떤 의뢰도 완수해내는 것이 최고의 킬러다. 무술이 더 뛰어나다고 해서, 기술이 더 화려하다고 해서 최고가 될 수는 없다. 영화에선 약점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는데, 다른 표현으론 약점이 없는 감정이 없는 킬러가 강한 킬러라 할 수 있을테다.
'나의 약점을 없애고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 그게 최고 살수의 조건인 셈이다.영화를 보면 유난히 아킬레스건을 공격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는 이동력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면서, 동시에 아킬레스건 자체가 그리스 신화 등에서 보듯 인간의 약점을 상징하는 부위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설정에서 살수는 감정없이 길러지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닌자 수련 등에서 보듯 땅속에 파뭍여 살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어릴적 부터 받는다. 살인기계로 길러지는 거다. 이들에게 살인은 일(Work)일 뿐이다. 과거엔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직업은 그 인간의 총체와 닿아 있고 직업을 떼어 내고 인간을 설명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공적영역 외에 사적영역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현대에 이르러선 직업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설명하진 않는다. 길복순에게 킬러는 직업이고, 15살 여중생의 엄마라는 건 사적영역이다. 그렇기에 모순 없이 양립할 수 있지만 동시에 내면적 갈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사적영역이 최고의 킬러 길복순의 아킬레스건이 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길복순이 속한 회사다. 'MK. 엔터'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설립자 차민규(설경구 분)의 이니셜 MK인데 스스로를 엔터회사라 말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이들의 회사는 고풍스런 건물(누가 봐도 한국은행)에 자리하고 있는데, 여기는 인턴부터 정직원, A,B,C급 사원이 존재하고 이사 같은 임원진도 있다. 직급에 따라 맡을 수 있는 임무의 등급차가 있고 이에 맞춰 성공보수가 차별적으로 지금되는 시스템. 구성원들은 은어를 사용하지만 직업에 대한 큰 꺼리낌이 없다. 어둠에 존재가 아닌 양지로 나온 직업으로서의 킬러 회사의 모습이다.

관객은 이 모습을 보면서 크게 어색하다고 여기기 보단, 괜찮은 이색적 설정이라는 느낌을 받는데 워낙 기업형 조직폭력배나 비슷한 설정(회사원-소지섭 주연, 2012)을 봐왔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웹툰을 보는 세대가 늘어며 판타지적 설정이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더 커졌다.
여튼 영화에선 엔터회사답게 쓰는 용어도 맞췄다. 청부살인 자체를 하나의 작품이라고 지칭하면서, 시나리오는 어떻게 되는지를 묻고, 첫 살인을 한 영지(이연)에게 '데뷔를 축하한다'고 말한다. 마치 촬영장에서나 통용될 슛들어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모습을 보며, 이미 '청부살인'이라는 소재 엔터의 영역에서 다뤄지는 쇼라는 생각을 했다.
2.Rule과 아노미 - 차민규는 왜 3가지 규칙을 만들었나
영화에서 차민규는 MK 엔터의 대표이자, 업계 전체를 이끄는 수장이다. 실제 엔터업계로 비유하지면 SM이나 YG 를 합친 것 같은 위상이랄까. 그는 과거 개나소나 청부살인에 뛰어들며 시장이 혼탁해지자 주요한 업계 사장(보스)들을 모아 간단한 규칙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 규칙을 모두가 받아들인 후, 소위 업계는 엘리트들을 싹쓸어가는 대기업 MK와 작은 회사들로 구도가 짜여진다. 당시 규칙은 딱 3가지였다.
1)미성년자는 죽이지 말것
2)회사가 허가한 작품만 할 것
3)회사가 허가한 작품은 반드시 트라이 할 것
이 3가지의 약속이 시장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그리고 MK는 어떻게 시장을 독과점 할 수 있었을끼.
이는 아노미 상태에서 Rule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아노미(Anomie)는 사회혼란으로 규범이 사라지면서 개인은 법과 도덕을 무시하고 혼란을 겪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를 종식시키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힘(Power) 혹은 규칙(Rule)이 일반적이다.
동양의 경우 난세를 종식시키고 규범을 만드는 방법이 크게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엄격한 법을 촘촘하게 만들어 적응시키는 '법가'의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아주 큰 틀의 법만 만들어 유도리있게 적응시키는 방법이다. 흔히 무질서한 상태에서 압도적 힘의 우위가 없을 때는 후자가 규칙을 세팅하기엔 좋다. 큰 반발없이 '규칙'을 조금씩 뿌리내리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한나라 고조가 3가지 법만 만들었다는 이야기(약법삼장)은 유명한 예다. 결국 '규칙'의 숫자 보단, 그 규칙을 만드는 힘- 룰을 세팅할 수 있는 파워가 더 중요하단 말이다.

그럼 3가지 규칙에 담긴 속내는 뭘까? 이는 명분과 실리의 기묘한 조화다.
청부살인은 프로의 냉혹한 비즈니스지만 미성년자에 대해선 예외를 둔다? 이건 생각하기에 따라선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사냥꾼이나 어부가 어린 짐승(물고기)을 잡으면 씨가 마른다고 말하는 것과 별 차이 없다.
둘째는 무허가 살인을 금지한다는 내용. 협회(?)에 속하지 않은 회사 혹은 개인이 일감을 수주하는 것 자체를 막는 조항이다. 일종의 독점 카르텔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의뢰 가격하락은 막고, 자신의 입지는 공고히 할 수 있는 묘수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킬러의 정체성 혹은 회사의 킬러 통제력을 위한 조항이다. 길복순도 결국 이 조항을 위반 차 이사가 제거 명령을 내린다. 미성년자만 아니라면 회사는 이익을 위해 살인을 허가하고 명령할 수 있고, 조직원인 킬러는 그 명령을 반드시 이행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트라이라는 말에는 실패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재미난 건 언뜻 청부살인 회사 모두에게 3가지 조항이 적용되기이 동등한 조건 같아보이지만, 묘하게 부익부 빈익빈을 만든다. 제한된 숫자의 경쟁업체가 제한된 규모의 시장에서 경쟁할 경우 '새로운 혁신'을 동반하지 않으면 기존 퍼스트 무버를 따라잡기 힘든데, 3가지 단순한 규칙으로 모든걸 묶어 버려 전세역전이 쉽지 않은 거다.

거기다 MK는 차민규 자신과 길복순이라는 S급 인재를 보유했다. 영화에서 지금 회사에 있는 A급이 너와 나 뿐이라고 하는 걸로 봐서 둘 외에도 추가로 A급이 더 있을테다. 이는 최고 인재를 보유한 프리미엄으로 좋은 의뢰를 받는 동력이 되고, 우상을 보고 지원하는 새싹(?) 인턴들의 입사를 부른다. 제한된 시장에서 MK만 점점 강해질 수 밖에 없는 룰인거다.
3.정과 명예 - 인정 VS 인정
길복순에서 살짝 일본 영화의 냄새가 난다고 느낀 부분은 전직 킬러 수근(김기천 분)이 운영하는 허름한 식당에서 동종업계 사람들이 모여 한잔씩 하는 장면이다. 뭐 꼭 왜색이라고 말하기는 힘든데 묘하게 개인적으로 그런느낌을 받았다.
여튼 길복순은 낮에는 아이 엄마들 모임에 가서 해외 영어연수가 어디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저녁엔 킬러의 포장마차로 가서 모임에 참석한다. 이 어색한 모임은 일로 알게 된 사이인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공적영역 내의 사적 모임이라 부를 수 있을 테다.

이들은 청부살인업계라는 영역에 속해 있기에 공감과 공통점이 있을테고, 마음속에 동경과 부러움, 질투와 질시 같은 다양한 감정으로 얽혀 있을테다. 실제로 나도 타사 동료들과 경쟁하고 협력하는 업계에서 오랜시간 일했는데 그들과 한잔하는 자리는 업계전반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터져나오는 자리면서 동시에 묘한 경쟁의식과 견제가 오가는 자리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이들은 자신의 위치와 신분상승(랭크 상승)을 늘 갈망하는 이들이고, 이런 점이 있기에 차 이사와 한희성(구교환 분)이 길복순을 없애라고 명령했을 때 오랜 업계 동료이자 같이 밥먹는 사이(식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인 길복순을 향해 장비를 꺼내든다. 정 보다 현실적 이익이 중요하고, 최고를 꺾었을 때 얻는 명예의 달콤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기에.

한희성의 감정선은 조금 더 복잡하다. 구교환이 생각보다 연기가 좋구나라고 여긴 지점인데, 질투어린 사랑과 실력있는 선배를 향한 동경. 아픈 아버지로 인한 절망과 출세를 위한 욕망 등이 눈빛이나 말투 등에 꽤 진하게 묻어 있었다. 길복순이 한희성과 몸을 섞는 건 사랑이란 감정보다는 약한 인간으로서의 인정(人情)애 가까운 것으로 느껴지는데, 구교환은 이를 동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길복순에게, 더 나아가 회사에서 인정(認定)받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크고... 결국 길복순에게 칼을 들이댄다.

한 이사라인을 통해 A급에 올라섰고, 축하를 하는 날 길복순에 의해서 몰살당한 업계 동료들과 한희성을 보며 일로만난 사이가 어디까지 가까워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다시한번 스스로에게 던져봤다. 아무래도 죽고 죽이는 관계까진 아니겠지만... ㅎㅎ
4.총리와 총리 아들 vs. 엄마와 딸
마지막은 길복순이 포기한 A급 의뢰다. 극중에서는 길복순과 그의 딸이 집에서 티비를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뉴스로 나온 내용이 총리 후보자의 아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비리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선악의 개념이 딱히 없는 길복순은 부모의 입장에서 '아니 부모가 자식을 좀 좋은 대학 보내고 싶을 수도 있지'라며 말하지만, 딸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반발한다. 이 장면은 영화 첫 장면인 오다 신이치로와의 결투 장면과도 연결되어 길복순이 '나도 공정하게 한번 해보려고' 그와 대결을 해 본 계기가 된다.
궁지에 몰리게 된 총리 후보는 청부살인업체를 시켜 아들을 자살로 위장해 죽이고, 국민의 동정심을 사고자 전략을 짠다. 프로페셔널한 청부살인업자 보다 더 냉정하고 이익을 철저하게 따지는 모습. 국민 앞에 가증스러운 연기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 아마도 감독은 전면에 내세운 청부살인업자, 혹은 킬러의 평범함과 권력자의 위선을 대조시켜 보여주고자 한게 아닌가 싶다.
아쉬운 점은 정치인 누구도 고작 '총리'가 되고자 저렇게는 하지 않는다는 점. 물론 최근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자리에 지명된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 문제를 보면서 자리가 무섭긴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총리직은 보기좋은 떡에 가깝기에 총리급 정치경력을 쌓아온 사람이라면 저런 리스크를 감수할 사람은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대통령 선거 쯤 되고, 선거 후반 지지율로 업치락 뒤치락 되는 상황 쯤 되더라도 개연성이 낮을텐데...
어찌됐건 저런 아빠와 아들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주인공 길복순과 15세 중2 딸(길재영)이 있다. 킬러 엄마와 딸이 쌓아온 15년은 극중에서 생략되어 있지만, 부티나는 집과 학교 교복 그리고 방학 영어연수 프로그램 등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도 대치동급에서 살아온 모녀일 가능성이 높다. 언제 부터일지 모르지만 모녀의 마음의 문은 닫혀 있고, 서로는 비밀을 공유하지 않는다. 길본순 입장에선 '죽을 때까지 말하기 힘든 비밀'일테고, 딸 또한 엄마에게 도저히 밝히기 힘든 비밀(레즈비언)을 간직하고 있다.

재영은 또래 남자아이가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되자 가위로 목을 찌르게 되고, 엄마에게 고민 끝에 사실을 말한다.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하는 길복순은 딸의 고백에 당황하고 말을 잇지 못한다. 많은 영화에서 이런 동성애 설정의 폭로는 갈등과 부정으로 이어지다 봉합되는 구조로 가는데, 길복순 역시 엄마의 적나라한 살인 장면을 딸이 CCTV로 지켜 본 후 무언의 이해를 상징하는 대사, '답답하니 문 닫지 마'로 끝맺는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마무리라 생각하는데, 모순과 대비를 계속해서 중첩시켜오면서 만든 아이러니를 어쩌지 못하고 서둘러 닫아버린 것 같은 기분이라서다. 혹자는 그래서 넷플릭스의 특성상 길복순2를 염두에 둬서 그런것 아니겠냐고 하는데, 변성현 감독도 연출할 생각이 없다고 하고 전도연도 속편 출연 생각이 없다고 밝히면서 스토리의 연장은 어려울 것 같다.
길복순의 세계관은 자극적인 소재들의 범벅이지만, 한꺼풀을 빼고 보면 일종의 성장드라마다. 킬러인 길복순은 엄마로서 성장하고, 딸 길재영도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편견에 맞설 준비를 한다. 냉혹하게 사업체를 키운 차민규나 한희성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비슷한 시기 전도연이 촬영한 드라마 일타스캔들이 다소 겹쳐 보이는 지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억척스러움과 사랑스러움이 공존한 남행선 사장과 길복순의 시크하면서도 매력적인 모습 사이에 어떤, 가족과 성장이라는 공통점이 녹아 있었는지도.... 초기 길복순의 댓글에 '남행선의 이중생활을 봤다'는 글이 회자되었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니 살짝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나가며
한 마디로 정리하면, 괜찮은 세계관과 비주얼을 보여준 스타일리시한 영화다. 뭔가 곱씹거나 할 정도까진 아니고, 매력적이라서 속편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도 아닌 정도의 영화. 액션이 아쉽다는 분들이 많은데 전도연의 나이를 고려해 주자. 50살된 데뷔 34년차 배우 아닌가. 2015년 협녀:칼의 기억에서도 액션은 기대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좀 아쉬움이 남는 건 킬빌을 오마주하고, 존 웍이 묻어나며 킹스맨이나 닥터스트레인지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걸 제대로 살려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 억지 유쾌를 강요하지 않는 건 좋은데 느와르라기엔 가볍고, 액션이라기엔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좋은 조연들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것도...
여튼 길복순은 지난 2월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Berlinale Special) 부문에 공식 초청받기도 했고, 짧지만 넷플릭스 비영어권 글로벌 1위를 찍기도 했다. 영광이 짧긴 했지만 말이다. 로튼토마토 81%(신선도) , 82%(관객스코어)를 기록했다. 네이버 평점은 남녀, 세대별로 엄청나게 갈리는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