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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 단팥 인생 이야기   2015. 10. 19. 15:17 ) [ 감독 가와세 나오미 출연 키키 키린, 나가세 마사토시, 우치다 카라 개봉 2015 프랑스, 독일, 일본 평점    일본 : 직선의 나라   일본의 정서는 한국의 그것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지난달 교토와 오사카를 다녀왔는데 서로 다른 두 도시간에 뭔가 묘한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사카는 근대화된 수직의 도시이고 교토는 역사가 남아 있는 도시인데 말이다.   두 도시의 공통점은 직선이다. 일본의 건축물을 보면 반듯하다. 한국의 건축물이 자연스러운 곡선과 조합의 미(美)를 갖췄다면 일본의 건축물은 담백한 직선의 미를 갖고 있다. 간소하고 정갈한 ‘다다미’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직선적 사고는 일본 문화에도 담겨 있다. 원칙과 예의.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사고 등은 어울림 보다는 개별적인 ‘바름’을 중시하는 일본적 문화라는 생각이다.   흥미로운 건 이런 직선적인 사고는 ‘모더니즘’과도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사카의 높은 빌딩에서, 구획이 딱딱 나뉘어 있는 주택가에서도 일본의 사고를 읽을 수 있다. 개화기 서양식 문화를 쉽게 받아들였던 것도 이런 일본의 문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벚꽃 : 곡선의 아름다움   직선적 사고에도 당연히 예외가 있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벚꽃이 아닌가 싶다. 만개한 화려함과 떨어지는 벚꽃잎은 ‘느림’과 ‘곡선’적 느낌을 준다. 딱딱한 일본에서 이런 여유는 흔치 않기에 일본에서 느끼는 일종의 ‘낭만’이 아닐까 싶다. 유난히 일본 영화에서 벚꽃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감성을 건드리기 때문일 테다.   영화 ‘앙’에서도 벚꽃은 감수성을 불러 일으킨다. 단절된 주인공들의 삶 속에서 벚꽃은 낭만이다.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벚꽃은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고 경쟁속에서 숨쉴 틈도 없는 우리 삶과는 동떨어진 미학을 가지고 있다.     달 : 은은한 낭만  영화에서 벚꽃과 함께 중요한 상징성을 가지는 건 ‘달’이라고 생각한다. 토쿠에 할머니도 와카나도 달빛 아래서 이야기를 나눈다. 은은한 달빛과 흩날리는 벚꽃은 은유이자 ‘상징’이다.  동시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인생’의 의미도 담고 있다. 달은 차면 기울고 벚꽃은 만개하고 나면 진다. 흐름이라는 것이 가지는 안타까움과 다시 차오를 것에 대한 희망이 두 상징물에는 담겨 있다. 도쿠에 할머니가 죽고난 후 왕벚꽃나무를 심는 건 도쿠에 할머니의 삶의 방식이 다시 센타로와 와카나를 통해 피어날 것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앙 : 단팥  단팥빵 도라야키의 핵심인 단팥은 삶을 대하는 자세를 말한다. 흔히 우리도 ‘앙꼬 빠진 찐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나. 센타로가 도라야키에 쓰는 앙에 대해 고민하는 건 삶의 중심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도쿠에 할머니가 팥을 삶으며 팥에 대해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한 번 생각하게 된다. 동양적인 곡식인 팥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에서는 ‘팥이 저렇게 아름다운 색을 띄고 있었던가!’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한센병 : 나병   영화에서 나오는 3명의 주인공은 모두 세상에서 유리된 존재다. 도쿠에 할머니는 어릴적 앓았던 한센병(나병) 때문에, 센타로는 욱하는 성질로 인해 수감되었던 과거 때문에, 와카나의 경우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세상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센타로와 와카나가 도쿠에할머니를 만나러 한센병 보호시설로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나는 막연하게 정신병원 같은 장면을 생각했는데, 영화에서 나타난 한센병 환자 마을은 전원 마을 같은 느낌이었다. 나무가 많고 햇볕이 빛나고 노인들이 한가로이 모여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곳. 나 또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마을에 있는 환자들은 모두 수십년간 쌓인 외로움과 안타까운 사연을 지니고 있을테다. 하지만 영상에서 보여주는 마을은 벚꽃과 달빛의 연장선에 있었다. 그들은 불쌍히 여겨져야 하는 존재라기 보다는 우리가 배워야 할(혹은 부러워 해야 할)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백  영화는 여백이 많다.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루해 할 것이고, 탄탄하고 반전있는 스토리 라인에 주목하는 사람이라면 빈약하고 뻔하다고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슬로우 템포로 진행되는 스토리와 중간 중간 나무와, 꽃과, 새와 달을 천천히 비추는 여백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잔잔함이 가져오는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앙(단팥)을 제목으로 삼은 이유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더 달고, 더 자극적인 인스턴트에 익숙해진 우리네 삶이 고루한 단팥의 맛을 음미할 여유가 있는지 영화는 물어보고 있다. 천천히 씹고, 음미해야 하는 게 인생이다. 영화 말미에 도쿠에 할머니가 카세트 테이프로 녹음을 해서 센타로와 와카나에게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는 장면이 영화의 베스트 장면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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