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툴이 기자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을까
팩플팀이 슬랙, 구글 독스, 스티비로 이사하기까지. 수직적 보고에서 수평적 공유로 일하는 방식이 바뀐 경험.
2021년 12월, 신문과방송에 팩플팀의 일하는 방식을 소개하는 글을 썼다.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반쯤 됐을 때였다.
기자는 사실 프리랜서 같다. 팀에 속해 있어도 각자 분야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만들어낸다. 협업은 대형 기획이 아니면 익숙하지 않고, 그나마도 역할을 나눠 취재하고 묶는 식이다. 이 구조가 기자를 취재에 몰입하게 해주긴 한다. 하지만 기획-취재-제작-유통이라는 콘텐츠 흐름 전체를 생각하면, 기사만 잘 쓴다고 되는 건 아니다.
시행착오 1: 트렐로와 슬랙 도입, 실패
팩플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 슬랙과 트렐로를 도입하자고 했다. 예전에 내가 운영하던 팀에서 잘 썼던 조합이었고, 효율성도 높았다. 하지만 "카톡으로 하면 되는데 왜 새로운 데 적응해야 해"라는 관성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슬랙과 잔디를 쓰다가 카톡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며 1년이 흘렀다.
시행착오 2: 온라인 이사, 성공
전환점은 2021년 1월이었다. 오프라인에서도 상암으로 이사를 하는 시기였다. 팀장이 온라인도 이사하자고 선언했다. 처음엔 카카오워크를 써봤다가 다들 불편해해서 다시 슬랙으로. 일주일 정도 혼란이 있었지만 한 번 시도해봤던 터라 적응이 빨랐다.
여기서 배운 것: 혼자 "이게 최고야" 하며 끌고 가는 건 안 된다. 방아쇠를 당겨줄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팀장이 해줬다.
팩플팀의 협업 스택
슬랙이 주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되고 나서, 스티비(뉴스레터 발행), 구글 독스(공동 원고 작업), 타입폼(인터랙티브 설문), 구글 애널리틱스(데이터 지표)가 하나씩 붙었다. 복잡해 보이지만 뼈대는 단순하다. 슬랙에서 대화하고, 구글 독스에서 같이 쓰고, 슬랙 알림으로 코멘트를 주고받는다. 문서를 수정하거나 코멘트를 달면 슬랙에서 바로 알림이 오니까, 보고를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툴을 도입하면서 뜻밖에 좋았던 건 언론사 특유의 위계감이 옅어진다는 거였다. 스몰톡도 카톡에서보다 훨씬 늘었다. 보고가 아니라 공유가 되니까, 아이디어가 킬 당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협업툴이 만능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툴보다 문화가 먼저다. 협업툴을 도입해도 수직적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채널에서 같은 보고를 하게 된다. 팩플팀이 잘 된 건 툴 덕분이라기보다, 수평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공감대가 팀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툴은 그 의지를 실제 업무 방식으로 연결해주는 도구였다.
지금도 스타트업을 취재할 때 "협업툴은 뭐 쓰세요?"를 꼭 묻는다. 어떤 툴을 쓰는지보다, 그 안에서 정보가 어떻게 흐르는지가 회사가 얼마나 수평적으로 돌아가는지를 알려준다.
이 글은 2021년 12월 신문과방송에 기고한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