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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서평  

2009. 3. 11. 23:15 )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그 뒷이야기 (Behind story)

어린 왕자는 그렇게 지구를 떠났다. 111명의 왕과 7,000명의 지리학자, 90만 명의 사업가, 750만 명의 주정뱅이들, 3억 1,100만 명의 허풍선이가 살고 있는, 그리고 하나의 여우와 한 사람의 비행사가 살고 있는 별을 떠난 것이다.

우주의 법칙이 항상성을 유지하듯 어린 왕자도 지구를 향해 왔던 여행의 궤적을 되짚어 돌아가야 했다. 지리학자의 별과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 사는 별, 그리고 사업가의 별을 지나쳤다. 여전히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로 정신이 없었고 어린 왕자는 장미꽃 생각에 마음이 스산했다.

지구에서 거슬러 네 번째 별인 소혹성 327호, 주정뱅이의 별을 지날 무렵 주정뱅이가 마시던 술을 내려놓고 손짓으로 어린 왕자를 불렀다.

“여기 잠깐 와 볼래?

어린 왕자는 서둘러 장미 꽃이 있는 고향 별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주정뱅이의 손짓을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그는 예의 바른 소년이었고 주정뱅이의 손짓은 한없이 가여웠기 때문이었다. 마침 주정뱅이의 별에서는 해가 지고 있었고 어린 왕자는 사랑하는 노을을 보며 잠깐 쉬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여전히 술을 드시고 계시군요”

어린 왕자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렇지. 나는 술을 마시고 있지. 너는 어디 갔다 오는 길이지?”

주정뱅이는 석양에 반짝이는 잔을 들고 어린 왕자에게 물었다.

 “지구라는 별에 갔었어요”

 “그래? 좋은 곳에 다녀왔군. 아무래도 한잔 하지 않을 수 없겠군!”

주정뱅이는 주섬주섬 잔을 하나 더 꺼냈다.

 “아름답네요. 무척이나 반짝여요!”

어린 왕자는 황금빛 석양을 반사시키는 잔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렇지. 이건 크리스털 잔이란다. 하지만 조심해. 굉장히 깨어지기 쉬운 물건이니까. 아름다운 것은 깨어지기 쉬운 법이지”

마치 먼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듯 주정뱅이는 아득해졌다.

 “하지만 전 목마르지 않아요. 더군다나 술은 마실 줄 모르는 걸요”

어린 왕자는 완곡하게 주정뱅이의 술을 사양했다.

그러나 주정뱅이는 그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크리스털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늘 어딘가에 목마른 법이지”

어린 왕자는 어리둥절 했지만 주정뱅이가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기에 조용히 크리스털 잔을 넘겨 받아 한 모금 마셔보았다.

 “어! 이건 술이 아니네요?”

주정뱅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언제 술이라고 한적이 있었던가? 넌 내 모습을 보고 당연히 술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그리고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기도 하지”

 “여우와 비슷한 말을 하시네요.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구요?”

 “그래. 어디 내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주정뱅이의 이야기>

내 이름은 라입스 트루(Life ‘s truth). 내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난 한때 젊고 어린 소년이었어.

세상 모든 것은 아름답고, 삶은 소중했지.

난 작고 아름다운 별을 가지고 있었고, 그곳엔 작은 활화산 두 개와 식어버린 사화산 하나가 있었어. 이름 모를 들꽃과 풀들이 가득했고 가끔 커다란 바오밥나무가 자라나기도 했지. 난 바오밥나무를 주기적으로 뽑아야 했어. 그땐 바오밥나무가 내 별을 부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작고 가녀린 장미꽃이 하나 있었지. 난 그 꽃을 사랑했고 그 향기로움에 취해 석양을 바라 보곤 했어. 나의 일상은 평화로웠고 그 평화는 영원할 것 같았어.

그러던 어느 날 난 여행을 떠났단다.

여러 작은 별들을 방문했지.

그 중에는 왕의 별도 있었고, 사업가의 별도 있었고, 지리학자의 별도 있었어.

난 그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그들은 실재하지 않는 것을 좇고, 허영과 자기기만에 휩싸여 있었거든.

그러다 난 ‘지구’란 별에 도달했어. 너무도 크고 복잡하고 아름다운 별이었지.

그곳에서 나는 작은 여우 한 마리를 만났어.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졌고 서로 친구가 되었어.

서로를 길들였고 사랑에 빠졌었지.

우린 특별했고 난 밀밭만 보아도 여우의 황금색 털이 떠오르곤 했어.

행복했었지.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여우가 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고 말았어.

작고 귀여운 양을 물어 죽이더군.

하얀 양의 목에 빨간 피가 물들어 갔어.

여우는 이것이 자신의 ‘삶’이라고 했어. 하지만 난 여우가 무서워졌지.

어느 날 내 목을 ‘콱’하고 물어 뜯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난 여우에게서 도망쳤어. 여우의 ‘삶’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여우에게서 도망쳐 사람이 많은 도시로 갔었단다. 그곳은 너무 복잡했어. 수많은 사람냄새 속에서 나는 길을 잃은 미아 같은 기분이었어. 우주에 존재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이름없는 무수히 많은 별 중 하나가 된 기분이었지.

난 사람들을 만났어.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단다. 그들은 서로 길들이고 헤어지고 슬퍼하고 치유하고 그렇게 살아간다고 대답했어. 어느 날은 전 우주가 폭발해 버린 것 같지만 또 며칠 후면 새로운 우주가 만들어 지기도 하는 거라고 하더군. 그 때 난 어렸단다. 난 여우가 무서웠고 동시에 여우 때문에 너무 슬펐어. 밀밭을 보면 가슴이 시렸고 여우에게 돌아갈까 고민도 많이 했었지.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가는 걸까 궁금했어. 나처럼 이런 고민으로 매일이 고통스럽지 않을까 생각했고. 하지만 그들의 삶은 ‘사랑’이라는 일차원의 삶이 아니더구나.

그들은 서로를 연인으로, 가족으로, 친구로, 동료로 만나고 때로는 ‘일’이나 ‘꿈’의 세계에서 살기도 하더군. 인생이란 평면에서 일어나는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 입체에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라는 걸 배웠지.

난 여행을 더 다니기로 했어.

그래서 왕의 별, 사업가의 별, 지리학자의 별, 허풍쟁이의 별, 가로등 켜는 사람의 별 등 수많은 별을 다시 들렸단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어. 눈으로 보이는 그들의 행동, 귀로 들리는 그들의 말을 넘어서 그들의 삶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었지. 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밤새 나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난 그들과 친구가 되었어. 그들의 행동과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지.

그리고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날 내 별은 황량해져 있더구나. 화산은 모두 사화산이 되었고 들꽃과 장미는 시들어 사라지고 없었지. 난 마음이 허전했어. 한 때 내가 사랑했던 것들이 사라진 이후에 겪는 서걱거리는 아픔이 마음한구석에 자리했지.

그래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어. 처음엔 사라진 내 꽃을 애도하며. 다음엔 헤어진 내 여우를 그리며. 다음엔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위해서. 난 그들 모두의 삶에 경의를 표할 때까지 술을 마시고 있는 중이야. 천천히 그들의 삶을 맥박을 짚듯이 되짚어 가며 한잔 한잔을 마시고 있는 거지.

누군가는 나를 비루한 술주정뱅이로 바라보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란다.

서울역에 저 초라한 노숙자도 한 때는 잘나가는 기업의 사장이었고 사랑하는 아들 딸이 있는 존재란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누군가가 욕하거나 천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란다. 그들은 각자의 삶의 자리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지.

긴 이야기가 끝나고 어린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저씨는 아저씨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나요?”

 “부끄럽지. 부끄럽고 말고. 그렇지만 이유가 있는 부끄러움은 경험이 된단다.”

 “어린 왕자야. 이걸 알길 바래. 네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관계’나 ‘사랑’만큼이나 소중한 것들이 세상에는 많단다. 너에게 네 별이 소중하듯, 그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들의 별이 소중한 법이지.

여우나 장미꽃을 대할 때 느끼는 너의 특별함이 변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니? 영원한 건 없을지도 몰라. 지금 네가 ‘진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유효기간이 지나기도 하는 법이지.

그리고 선악은 판별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라. 네가 뽑아버리는 바오밥 나무가 너의 별을 부수기 위해 태어난 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 네가 장미꽃이 아닌 바오밥 나무와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봐. 바오밥 나무 씨앗을 지구에 데려다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소중한 존재만을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은 순수한 '어림'이 가지는 치명적인 어리석음이지.

네가 만난 왕도, 사업가도, 지리학자도 모두 처음에는 젊고 어린 소년이었단다. 하지만 우리가 늘 소년으로 살수는 없는 법 아니겠니. 그들이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삶을 살아가면서 순수함을 많이 잃어버렸을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들이 그 대가로 얻은 것은 삶의 지혜고 정수(精修)란다. 그리고 그 삶에 정수에 대해서 우리는 뭐라고 판단할 권리가 없지.

내가 허풍선이와 술을 마실 때 그가 해 준말이 있어.

‘모든 이들은 모든 이들의 삶을 살고 있다’고 그는 말했어. 네가 하찮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한 누군가도 그 나름대로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단다. 보다 더 큰 마음으로 삶에 부딪혀 보길 바래”

이 말을 끝으로 술주정뱅이는 곯아 떨어져 버렸다.

어린 왕자는 혼자서 크리스털잔에 술을 채우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다시 여행을 시작해야 겠다고.

태그#문학·책#어린왕자#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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