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이 현실이 된 11년
"음성기반 SNS에서 창작자 이코노미 방 개설해 보죠." "스토리폴 한번 해봅시다." "레이싱 차트 영상으로 히스토리 풀어봅시다." 이 제안들은 모두 현실이 됐다.
세 가지 제안을 꺼낸 적이 있다.
"음성기반 SNS에서 창작자 이코노미를 주제로 방을 개설해 소통해보죠."
"독자와 소통하면서 콘텐츠도 전달하는 형태로, 설문과 콘텐츠를 통합한 스토리폴(storypoll)을 한번 해봅시다. 데이터를 보니 니즈가 있는 것 같아요."
"반응형 레이싱 차트 영상으로 히스토리를 짧게 풀어봅시다."
세 개 다 됐다.
제안이 받아들여지는 건 생각보다 드문 일이다.
같은 기간 안 된 것들도 많다. 3040 경제매체 bespoke 기획서, 알고리즘 편식을 막는 개인화 서비스 Know/edge, 초창기 퍼블리를 직접 찾아가서 꺼낸 '대선사용설명서' 제안. 다 기획서만 남았다. 거절이 익숙해질 만도 한데, 그러면 또 다른 걸 들고 갔다.
팩플은 됐다. "IT·스타트업 분야 버티컬 뉴스레터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편집인에게 꺼낸 게 시작이었다. 뉴스레터가 뭔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던 2020년이었다. 창간 멤버로 처음부터 설계에 참여했다. 포맷, 홈페이지, 콘텐츠 구조. 구독자 2만 명, 오픈율 40%가 됐다. 제안이 통과된 것들 중 가장 크게 된 경우였다.
됐다고 끝이 아니었다.
만들고 나면 또 다른 제안이 생겼다. 팩플 운영하면서 독자가 기사를 받기만 하는 구조가 계속 아쉬웠다. 독자가 뭘 궁금해하는지, 어느 지점에서 공감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설문과 콘텐츠를 통합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데이터를 보니 반응할 만한 포인트도 보였다. 그게 스토리폴 제안이었다. 됐고, 운영했고, 독자들이 참여했다.
클럽하우스가 뜨기 시작하던 2021년 초에는 창작자 이코노미 방을 만들었다. 모두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던 시절이었다. 텍스트가 아닌 목소리로 독자를 만나는 게 어떤 건지 그때 처음 느꼈다.
레이싱 차트 영상도 같은 맥락이었다. IT 기업 성장 히스토리를 경쟁하듯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들자고 했다. 정적인 그래프보다 훨씬 잘 퍼졌다.
안 된 것과 된 것의 차이가 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타이밍인 경우도 있고, 같이 할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인 경우도 있고, 그냥 운인 경우도 있다. bespoke 기획서를 쓰면서 버티컬 미디어가 뭔지 더 깊이 이해했고, 그게 나중에 팩플 기획에 영향을 줬다. 안 된 것도 어딘가에는 쌓였다.
제안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거절이 그렇게 무섭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기자는 매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질문을 하는 사람이다. 거절도 루틴의 일부였다.